오늘 새벽 세 시 반쯤에 집 앞에서 고양이 식구를 보았다. 요 근래 밤 늦게 집에 들어갈 때면 고양이 새끼 한두 마리를 연달아 마주쳤기에 너네들이구나 했다. 그런데 오늘은 엄만지 아빤지도 같이 보았다. 부리나케 집에 들어가 우리 고양이들 밥부터 챙겨준 뒤 집구석을 뒤져 츄르 두 개를 찾아가지고 다시 나왔다. 아니, 원래는 한 개만 가지고 나갔는데 나가고 보니 한 녀석인 줄 알았던 것이 다섯이기에 있는 걸 다 가지고 나오마 하고 다시 들어갔다가 나왔다. 츄르는 두 개뿐이었다.
새끼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녀석들은 큰 고양이(엄마? 아빠?)를 주축으로 가족 생활을 하는 듯 했다. 몇 개월 못 가 독립하게 되겠지만, 똘망똘망한 얼굴에 통통 튀는 몸짓들이 참 보기 좋았다. 어릴 때부터 서로 부둥켜 안고 사니 그 속에서 터득할 것도, 쌓아갈 우애도 많을 것 같았다. 우리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너네들도 아주 처음부터 다 같이 컸더라면 어땠을까. 더 도움이 됐을까. 한 배에서 태어나 아웅다웅 컸더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한 마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 다 따로따로 데려와서 미안해.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붙여놔서 미안해. 자꾸 너네들 삶에 무게를 달아서 미안해. 좀 더 넓은 바깥 환경에서 자유분방하게 클 수 없었어서. 미안해. 뭐 그런 마음.
아까도 잠깐 마주쳤는데, 날 알아보는 것 같다. 친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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