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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AD GAY DIARY

아배붑

by SHYGIMCHEOLSSOO 2024. 8. 20.

내 가장 마지막 열정은 11년 전 아배붑을 처음 집에 데리고 왔을 때 발현됐다. 그 열정은 약 2년 정도 지속 됐다. 그 정도면 꽤 오랜 시간 지속 된 거라고 봐야 한다. 나에겐 아배붑의 가장 중요한 유년기를 밀도 높게 책임졌다는 자부심이 있다. 거기엔 들꽃의 유년기도 일부 포함된다. 음, 그래서 눈물이 난다. 너무너무 진심이었기 때문에. 정말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 녀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증거라서. 내게 너무 소중한 거라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배붑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열정적이었다면. 예를 들어, 지금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난 배우가 되는 게 꿈이야"라든가... 뭐 그런,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명할 만한 것. 돈으로 치환도 가능하고 내 미래가 보장되는 그런 것 말이다. 순수한 의미의 "열정"이라는 건 사람이 태어난 이후 그 횟수에(또는 그 농도에) 유효기간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메말라버린 나는, 아마도 11년 전 아배붑을 데리고 왔을 때 마지막 남아있던 열정을 다 쏟아버린 게 아닐까. 의구심이 확신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하나 남은 열정을 아배붑에게 다 쏟아버려서, 나는 언제까지 미래가 불투명한 채로, 혹시 모를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무기력하게 나불대고만 있을까. 
바보 같이 아배붑을 미워한다거나 그 시절을 후회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배붑은 내 인생을 나열할 중요 키워드 중 하나다. 그냥 알고 싶다. 나 정말 그때 열정이 마지막이었던가? 내게 남아 있는 열정이 없는지. 좋아하는 것을 향한 순도 높은 몰입을. 더 이상은 할 수 없는지. 
배우라는 꿈은 배우라는 꿈 자체로 허황된 꿈으로 들릴 가능성이 높다. 나처럼 열정이 없으면, 남들 눈엔 더더욱 그렇게 비춰질 것이다. 아배붑을 보면 보인다. 순수한 열정의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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