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눈가에 햇빛이 닿는다. 뜨겁다. 주름살 걱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빛을 피해 벽이 있는 곳으로 가, 그 빛이 내 집안 사물들에 닿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좋다. 귓가에 바람이 스치고 간다. 식물들이 흔들린다. 아침이다. 이보다 더 이른 아침이었을 땐, 아침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새소리도 들렸을 것이다. 지금도 들리기는 하지만 아마 아깐 더 많이 들렸을 것이다. 짹짹짹, 아마 참새들. 아배붑은 창가에 구겨진 채 밖을 바라본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만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밥 먹을 때가 다 됐기 때문이다. 방금 '아배붑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지만 실은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기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배붑이 아예 바깥 풍경 바라보는 일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바깥 경치도 즐길 줄 아는 고양이니까 말이다. 나는 삼다수 페트병 이 리터 짜리를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신다. 마지막 페트병이다. 또 주문해야 하는데, 물값이 부담스럽다. 물값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평소에 분수에 안 맞게 흥청망청 돈을 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작 물을 사야 할 땐, 물값이 부담스러워진다. 아무것도 아닌 물이라서, 그런데 정작 필요한 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일곱 시 십구 분. 오늘은 뭘 할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뭐가 될까. 도대체 뭐가 될까. 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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