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째다. 첫날과 둘째 날엔 달리기, 셋째날에 등산을 했다. 시작이 좋았다. 내내 덥다가 내가 달리기를 뛰러 나가기로 한 날부터 이틀간 밤낮으로 시원한 비가 쏟아졌고 덕분에 정말 간만에 비에 흠씬 젖은채로 달렸다. 비를 있는 그대로 맞으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은 사람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얼굴에 투두둑 부딪치는 빗방울들이 시원하다. 어제는 비가 그쳐서 노랗고 숨막히는 더위가 다시 찾아왔으므로 등산을 택했다. 내가 가는 코스는 나무가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두침침했다. 가다가 길을 잃어 무턱대고 정상을 향해 수직선으로 산을 타는 바람에 신발이고 옷이고 더러워졌지만(뭐 늘 그래왔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며 숨차는 기분을 느끼니 좋았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돌무더기가 보였다. 나는 좀처럼 기도다운 기도따위를 하지 않지만 어제는 왠지 모르게 발 밑 돌맹이 하나를 주워들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돼서 청룡영화제, 최소, 남우조연상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래서 제가 무대위로 올라가서 수상소감을 말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가 노력 많이 할 테니까 그냥 조금만… 그냥 조금만 도와주세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기도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오늘도 등산을 가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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