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배붑에게 전화를 걸고 싶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 전 아배붑을 키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쯤, 알바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아배붑이 집에 잘 있는지 걱정됐었다. 그때 휴대폰을 꺼내들고 나도 모르게 아배붑 연락처가 어딨는지 한참 찾았던 기억이 난다. 같은 목록을 위아래로 반복해서 드래그해보는데도 아배붑이 안 나오길래 얘 어딨지?? 싶다가, 아차, 얘 고양이지, 했었다.
요즘엔, 아배붑에게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가끔 아배붑에게 전화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아배붑이 내 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같은 빨간 날, 버스도 안 오고 휑한 도로 위로 가을비가 흩뿌리는 이런 날, 허공만 멍하니 쳐다보다보니 갑자기 아배붑이 생각난다. 집에 잘 있나? 빨리 가겠다고 전화해서 말해주고 싶다. 우리 아배붑, 뭐 먹고 싶은 건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어디 아픈 덴 없냐고도 물어보고 싶다. 끊을 땐 이렇게 말하고 끊을 것이다. 사랑해, 아배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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