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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DIARY

별달해의 부재

by SHYGIMCHEOLSSOO 2022. 8. 24.

나의 고양이를 향한 열정은 별달해로 갈 수록 소멸돼갔다.
아배붑 때는 그 어떤 것도 의식한 적 없이 모든 게 본능적으로 흘러갔다. 아배붑과 난 둘도 없는 친구였다.
들꽃 때도 그 순수한 열정은 거의 지속됐다. 다만 아배붑 때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려면 그 열정을 의식해야만 가능했다.
작은 상처 때부턴 아배붑과 들꽃에게 행하던 몇 가지 파트의 시간들을 공평하게 나눠줄 수 없었다.
그리고 별달해를 데리고 왔을 땐, 완전히 달라진 세계관에서 재출발하는 느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확실히, 내가 처음 아배붑을 데리고 왔을 때의 세계관에 비하면 별 매력도 없는 지루한 것이었다.
내 인생 통틀어 가장 많이 찍은 사진이 어떤 것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고양이 사진이다. 나는 녀석들의 초상화로 쓰일 만한, 인상에 남아있는 사진들을 각각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딱 별달해를 빼고 말이다. 별달해 사진은 맘 잡고 훑어보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앉은 자리에서 전부 솎아내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그 수가 적다. 그 안엔 별달해의 초상화로 낙점할 만한 사진이 없다. 나는 아직 별달해의 초상화를 담아내지 못했다. 다시 천천히 살펴보면 차선책으로나마 비슷한 사진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렇게 걸어놓은 사진은 두고두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관심. 그리고 진심. 내가 나 아닌 다른 존재와 함께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유일한 것. 그리고 내 변심은, 정당화 좀 해보자면, 관심과 진심의 뒷모습일 것이다. 그렇다. 내 변심과 관심과 진심은 한 몸이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아배붑 때의 내가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던 것도 맞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별달해는 행복한 고양이이고 단지 내 조바심이 지금의 평화를 못알아보게 방해하는 중일 수도 있다. 나는 이 별달해의 부재를 의식하면서, 천천히, 그녀의 초상화를 찍게 될 날을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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