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붑은 아비시니안이 아닌 게 분명해,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좀 아리송하다. 아비시니안 중에서도 등급이 있나. 그 사바나캣 같은 것처럼? 근데 사바나캣은 애초에 자연적인 게 아니고... 아배붑은 뭘까.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아비시니안들은 정말 이집트 벽화에 나오는 애들처럼 큰 눈에, 호리호리한 체형에, 역삼각형 두상에... 신비롭게 생겼던데. 아배붑은... 뭐지? 사실 들꽃도, 예쁘긴 하지만, 아비시니안의 오리지널함(?) 쪽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먹을 걸 잘못 먹였나. 살 좀 빼면 되는 건가? 비만은 아닌데.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애들이 나이가 젊어서 그런 건가? 근데 아배붑은 어릴 때도 그렇게는 안 생겼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한국 사람이 서양 사람을 보면 "마네킹" 같다고 느끼는 이질감 같은 것. 분명 인터넷에서 보이는 아비시니안들에게선 그런 이질감이 느껴진다. 낯선 느낌. 신비로움. 하지만 아배붑은 처음부터 그런 거 없었다. 도메스틱 냥이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온리 털 색 뿐인 듯. 털 색만 빼면 코리안 숏헤어다.
저명한 고양이 전문가가 있다면 이에 대해 친절하게 내게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아배붑은 아비시니안이 맞기는 한데 유전자에 의해 쏼라쏼라..." 뭐 그런 이야기를 하겠지? 그러면서, 아배붑처럼 생긴 게 사실은 더 건강한 개체라고도 말해주겠지?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잡생각일 뿐이다. 아니, 조금은 상관이 있다. 녀석이 '아비시니안'이라는 사실은, 내가 녀석에게 감정이입하기 더 좋은 포인트가 맞기는 해서, '그가 어떤 외형을 지녔어도 상관 없었을 것'이라고 완전히 그렇게 말하긴 힘든 구석이 있다. 녀석에게서 획득할 수 있는 적당한 허영심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진실의 눈이 저절로 떠지게 돼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난 그냥 아배붑이 아배붑이라서 좋은 거라는 거다. 주황색과 진갈색, 검정색 털들이 묘하게 어우러졌고... 에메랄드 눈동자에... 들어 올리면 적당히 느껴지는 무게감과... 고양이 치곤 살짝 큰 덩치감과 단단함... 목소리... 그리고 용맹함, 스마트함... 나는 단지 아배붑이 좋은 거다. 그런 아배붑. 늘 그래왔던, 내가 봐오던 그 아배붑. 그게 아비시니안이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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