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들꽃은 내 옆구리를 끼고 앉았다. 들썩이는 내 들숨날숨에 맞춰 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중이다. 아배붑도 그렇지만, 들꽃은 내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를 부른다. 그렇게 들꽃이 나를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닥이나 빈백에 누워줘야 한다. 그러면 들꽃이 내 몸 위로 올라온다.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 좀 맞추다가, 내 옆구리에 자리를 틀고 앉은 다음 그 상태로 꽤 오랜 시간 있는다.
새삼 고맙고 신기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한테만 정을 준다. 딱 나한테만. 애초에 집안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낯선 사람이 한번 들어오면 그 사람이 나갈 때까지 하루종일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성격이라 그게 당연한가 싶기도 하지만(그래도 더러는 호기심에 구경 나와보기도 한다) 오랜 시간 봐온 익숙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들꽃은 오직 나한테만 마음을 연다. 이런 존재가 나에게도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구나.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날이 올까. 내가 만약 다음 애인을 사귀게 된다면, 그 사람일까. 문득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만날 다음 상대는, 들꽃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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