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붑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 있다. 모험심, 탐구심, 스마트함, 용기. 그런 것들.
한 친구는 내게 말하길, "아배붑은 원래부터 타고난 천성이 그런 고양이였기 때문에 굳이 김철수 네가 아니었어도 잘 크고 잘 살았을 거야."
나는 그 말에 반대한다. 그리고 그 말을 싫어한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도 싫다. 그 말은, 내가 아배붑과 함께 한 시간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다. 아배붑은 날 만났기 때문에 잘 크고 잘 살아가고 있는 거다. 못해준 거 물론 많지만, 적어도 그가 그다울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지와 지원과 헌신이 있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 동물이 인간 삶에 "침범"하는 걸 여전히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배붑, 네가 만약 그런 사람 손에 길러지고 있는 상상을 하면, 화가 나. 열 받고 개빡쳐.
하지만 그를 내 삶에 우겨 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고스란히 모순과 위선이 되어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를 도심 한 가운데 작은 옥탑방에서, 동족 아닌 사람이, 키운다고 데려온 것 자체가. 이때 나는, 이미 엎질러진 내 욕심과, 어딘가의 또 다른 사람의 엎질러진 욕심 때문에 탄생된 아배붑이, 서로 잘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무기력한 시대에 어찌 됐든 구제 됐어야 했던 건 맞으니까. (나나, 너나.) 그 다음부터가 중요하다. 아배붑과 나에게 선이란 건 없었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그 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아배붑이 그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순간을 그대로 용인했다. 나는 어차피 가진 게 없었고 뭘 더 잘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로 인해 그가 저지 당하는 걸 원치 않았으므로.
놓친 것들도 많지만 그 중 놓쳐선 안 될, 반드시 얻어내야만 할 중요한 건 가졌다. 하지만 놓쳐선 안 될 건 너무 쉽게 놓치고, 아쉽긴 하지만 놓쳐도 큰 무리는 없는 것들은 사수해내고야 마는 사람이 아배붑을 데리고 갔다면, 너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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