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MAD GAY DIARY

1위

by SHYGIMCHEOLSSOO 2022. 2. 16.

보통 남자 김철수가 성소수자 분야에서 1위를 했다. 이 분야에 책들이 별로 없고 신간 업데이트가 활발하지 않아 1위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1위를 하면 곧장 캡처를 해서, 김철수의, 어지러운 사진 앨범에 저장해둬야지 싶었다. 먼 훗날 갑자기 이 캡처를 보게 되었을 때, 그 날이 떠오를 수 있도록. 

언젠가부터, '그 날이 떠오를 수 있도록' 현재 내가 본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행동을 한다. 내 젊음이 그리워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젊음이 너무 초라하고 애처롭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무심코 찍은 사진일 수록 더 정겹다. 완전히 까먹어버린 기억이 한 순간에 불쑥 눈 앞에 튀어나온다. 더 그립고 더 빛난다. 아, 이런 게 소중함이란 거구나. 무심코 찍은 촬영물이 먼 훗날 내게 해일 같은 빤짝거림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된 뒤, 이젠 같은 효과를 기대하면서, 일부러 무심코 카메라를 든다. 더 그립고 더 빛나는 오늘을 그 날의 내가 보게 하려고. 

그러니 잘 살자. 오늘을. 왕창 실수했거나 나답지 못했거나 후회되는 일이 있었더라도. 그래서 나를 사랑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아도. 너무 슬퍼하거나 낙담하지 말자. 어차피 오늘은, 그 날의 내 눈 속에서 빛나고 있다. 슬퍼하지 말자. 나는 잘 살고 있다.  

 

'MY MAD GAY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우체국 택배 기사  (0) 2023.09.08
8월 27일 일요일 04:11  (0) 2023.08.31
모두가 날 응원하고 있다  (0) 2023.06.24
서울 가양동 살았을 때 냄새  (0) 2023.05.29
어제  (0) 2022.03.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