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스르르르 깼을 때, 내가 깼다는 걸 주변 고양이들에 알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어도, 곧 저벅저벅 아배붑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배붑은 내가 깬 걸 알고 다가오는 것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이제 네가, 내게 밥을 줘야 하는 시간이 머지 않았음을 말한다. 아배붑은 참을성 좋게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이고 내가 내내 자는 중에도 틈틈이 나의 안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듯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조용히 깼는데, 아배붑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 상황이 반복되자 궁금해졌다. 내가 깰 때 어떻게든 소리를 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지만,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그 반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 때 숨소리가 큰 편인데, 깰 때쯤 그 숨소리가 잦아들면서 아배붑이 알게 되는 것 같다. 자주 뒤척이던 몸짓 소리도 없고 숨소리도 잦아들었으니 김철수가 깼구나 하고 말이다. 어쩌면 아배붑은 나의 수면의 질이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을까. 내가 깼을 때, 내게 다가와 눈을 마추는 아배붑으로부터, 나는 이해받는 기분을 느낀다.
나와 오래 산 고양이라서, 그리고 첫째라서, 늘 다른 고양이보다 한 발 앞에 서 있는 너.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듯한 너. 그래서 고마운 기분을 들게 만들어주는 너. 아배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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