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MAD GAY DIARY

행복

by SHYGIMCHEOLSSOO 2024. 3. 12.

잠에 빠져 있었다. 갑자기 깼다. 아배붑이 이불 속을 비집고 들어와 내 팔에 턱을 괴고 엎드려 눕는 게 느껴졌다. 완전히 잠에서 달아날까봐 그런 아배붑을 바라보지 않으려다, 이왕 깬 거 안대를 올리고 한 번 쓱 쳐다봤다. 아배붑의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무게감과 밀착감이 좋아서 그 순간을 목격하고 싶기도 했다. 어딘지 모르게 뾰루퉁한 표정의 아배붑. 그 특유의 고양이 얼굴. 그 특유의 아배붑 얼굴. 내가 다시 일어나 먹을 걸 줄 때까지 여기 있기로 한 건지, 그저 할 일이 마땅치 않아 내 품에 들어온 건지 모르겠다.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그때 나는 강하게 느꼈다. 이 아배붑이랑 더 오래오래 이러고 있고 싶다.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마음 편하게 계속, 이렇게 쭉,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부자처럼, 이렇게 있고 싶다.
조금 있으면 일하러 가야 하니까, 그런 반작용에 의한 심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어쨌든 그 순간이 행복했다. 놓치기 싫은 시간 말이다.
계속 그 시간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마치 푸르른 들 위에 따스한 바람 맞으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거나 그 들 위에서 조금씩 스산해지는 공기를 느끼며 해질녘 보라빛주황빛 밤하늘을 관망하고 있는 것처럼,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MY MAD GAY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넓게 가지고  (0) 2024.05.08
가정  (0) 2024.04.05
오늘의 충동 두 가지  (0) 2024.03.09
좋은 일기  (0) 2024.02.27
자고 일어났을 때  (0) 2024.02.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