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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AD GAY DIARY

자고 일어났을 때

by SHYGIMCHEOLSSOO 2024. 2. 20.

자고 일어났을 때 느끼는 자괴감이 요즘 부쩍 잦아졌다. 운 좋게도 어젯밤엔 그렇지 않았는데, 그 전 밤까지만 해도 계속 자괴감에 시달렸다. 햇빛 밝을 땐 이런저런 꿈을 꾸지만, 어둔 밤 속에 깨어나 방 안을 휘젓고 다니는 몇 분 새에 나는, 그 모든 꿈들에 대한 내역을 아직 시도하지 않았단 거에 안도한다. 휴, 큰 일 날 뻔 했다. 그건 하는 게 아니야, 그래, 그냥 가만히 있자, 가만히 있는 게 나아, 그게 나아. 사람들이 비웃을 거야. 내가 적응을 못할 거야. 난 또 포기 할 거야. 이루지 못할 거야. 어리석은 짓이 될 거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판단이었어. 그냥 가만히 있자. 난 아직 어려. 좀 더 기다려보자. 내가 뭔갈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대처하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그런 능력이 생겼을 때, 그때 해보는 게 멋질 거야. 그게 사람들의 첫인상에 더 좋게 남을 거야. 그게 좋은 출발일 거야. 이렇게 무모하게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바보 같이 열정도 없이 돈만 버리고 시간도 버리고 … 난 참 바보야. 난 참 바보다, 바보. 난 참… 난 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았다. 이런 게 공황인가? 응 아니네. 아 비슷한가? 아 아니네. 아닌 것 같은데. 하여튼 병원에 가보아야 하는 걸까. 그 정도는 아닌데. 조울증 뭐 그런 건가?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흔한 사람들 중의 하나인 건가. 그게 그렇게 되나. 다른 사람들도 자고 일어났을 때 이런 ‘상당히 다운 된’ 기분을 느끼나. 누구나 자신을 과소 평가하곤 하잖아. 세상이 그렇게 가르치기도 하잖아. 이 정도 증상은 그냥 별 거 아닌 걸 거야.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자고 일어났을 때 기분이 안 좋냐, 꽤 심하게?” 물어봐왔지만 딱히 그 경험에 공감해준 사람은 없었다. 다들 별 탈 없이 일어나는 것 같네. 아무렇지 않게.
모든 걸 다 단절 하고 딱 내 안의 불만 켜고 싶다. 깜깜한 어둠 속에 오직 내 안에만 작은 등을 비추고 싶다. 무엇이 보일까. 그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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