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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DIARY

별달해

by SHYGIMCHEOLSSOO 2022. 11. 7.

별달해는 얼마 전부터 내 몸 위로 올라와 잠에 든다. 아닐 때도 있지만 종종 그런다. 예전엔 자기 지정석들 몇 개를 정해두곤 늘 그곳들에서만 잠에 들거나 휴식을 취했는데 이게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기분은 좋다. 별달해가 날 이전보다 더 신뢰하게 됐다는 뜻인 듯도 같고 그녀가 성장하면서 어떤 연유로 인해 좀 더 쉽게 내게 다가올 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내 몸을 또 하나의 지정석 정도로 낙점했을 뿐일 수도 있겠지 싶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난 사람이고 별달해가 어릴 때부터 늘 함께 한 보호자인데 그런 날 겨우 지정석 같은 개념과 분간하지 못할리 없다)

변수는, 지금이 겨울이 된 지 얼마 안 됐다는 것. 원래 녀석들은 겨울쯤 되면서부터 슬슬 내 주위로 모여들어 잠에 들기 시작하는데 별달해도 이에 동참했을 뿐 별 다른 이유는 없을 거라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면, 별달해는 애초부터 날 신뢰하고 있었다라는 건가. 하긴 신뢰야 애저녁에 했겠지. 그게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같은 암컷인 들꽃은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 더 더 깊은 사이가 되었었다. 그 속도는 년 단위이기 때문에 꽤나 서서히 진행됐지만 나는 들꽃과 내가 더 가까워져가고 있다는 걸 당시마다 확실히 느끼곤 했다. 지금은 그 끝에 다다라 있다고 생각한다. 들꽃과 나 사이에 어둠의 빈 공간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별달해와도 그렇게 될까. 지금도 우린 충분히 좋은 사이이긴 한데. 지금보다 더 밀접한 사이가 될까. 별달해가 내 몸에 자기 몸을 맞대는 것이 그 신호 같아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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