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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DIARY

들꽃이 자고 있어서

by SHYGIMCHEOLSSOO 2022. 10. 14.

움직일 수가 없다. 슬슬 목이 뻐근하다. 토스트 배달 시켰는데 배달이 좀만 늦게 와야 할 것 같다. 자는 모습이 너무 가여워서 일어나라고 할 수가 없다.
들꽃이 내게 온몸을 의지한채 잠 드니까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너무 아무 것도 아니라서. 그리고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우리 고양이들은 아마 그 사람을 더 좋아했을지도 몰라. 난 인간적으로 그렇게 다정한 사람은 아니니까. 아니 다정하곤 상관 없어. 그냥, 난 딱히 호감인 사람이 아니잖아. 알기 전과 알고난 후에 격차가 심하지. 만약 우리 누나 같은 사람이 얘넬 돌봤다면 얘넨 분명 우리 누날 더 좋아했을 거야. 내가 너희를 선택해서, 하는 수 없이 나랑 같이 살게 돼서, 내가 잘해주고 싶기는 한데 내 방식이나 내 말과 행동이 너희들에게 별로거나 너희들 성에 그리 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내게 온 몸을 기댄채 잠들어있는 들꽃이 고맙지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 말고 너희들이 더 좋아할지도 모를 사람이 얼마든지 더 많이 있어서.
진심으로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누구한테 이런 말 하면 개소리 한다며 한심해 할 것 같다. 하긴 내 생각도 그렇다. 과몰입이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렇게나 성스럽게 얘넬 대하는 것도 아니잖아. 나만큼 고양일 쿨하게 대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쓰고 보니 알아듣지 못할 말을 혼자 궁시렁댄 기분이다. 궁시렁궁시렁.
뭐 그냥 그렇다는 말. 그냥 평소의 사념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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