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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DIARY

오늘도 고양이 얘기

by SHYGIMCHEOLSSOO 2022. 10. 20.

생식의 형태를 바꿨다. 원래 민서기로 갈아줬는데, 오늘부터는 칼로 적당히 썰어서 준다. 이유는 고양이들이 간 고기보다 덩어리째 육질이 살아있는 고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고 또 생식을 만들어줄 때마다 매번 민서기를 쓰고 설거지를 하는 게 귀찮았기때문이기도 하다. 함정은, 이것도 형식만 달라졌지 오히려 귀찮은 빈도는 더 늘었다는 거다. 이제부터는 생식을 줄 때마다 고기를 썰어야 하니까 말이다. 예전에도 오랜 기간 썰어서 준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그때그때 칼로 썰어주는 거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금방 힘겨워졌었다. 별 것도 아니면서. 하여간 지금 기분은 칼로 썰어주는 게 한결 부담이 없다고 느껴지는 중이고 애들도 이걸 더 좋아해서 한동안은 이렇게 줄 생각이다.
장단점은 있다. 고기를 갈아서 주면 살코기부터 내장, 뼈(오돌뼈) 그리고 채소까지 편식 없이 먹게 할 수 있고 나는 생식을 줄 때 물을 꽤나 듬뿍 타서 주는데 이렇게 물을 타서 주기에도 용이하다. 또 하루에 한 번 영양제로 오메가쓰리를 주고 있으므로 간 고기에 캡슐을 그냥 쭉 짜서 섞어버리면 끝이라 좋다. 게다가 민서기로 한 번만 갈아 놓으면 일주일치 내지는 한 달치까지 냉동실에 보관 후 해동만 해서 주면 되니 편하다.
단점은 민서기를 쓰는 과정이 너무 귀찮다는 점이다. 민서기 부품들 하나하나가 너무 무겁고 부피가 커서 설거지 하기 번거롭다. 무엇보다 덩어리 고기에 비해 간 고기는 상대적으로 고양이들 입맛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물론 간 고기도 잘 먹긴 잘 먹는다.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
확실히 덩어리째 썰어서 주는 고기를 우리집 고양이들은 더 좋아한다. 대체로 고양이들 다 그럴 것 같다. 하긴 나도 간 고기로 만든 탕수육보다 통 고기를 썰어서 튀긴 탕수육이 더 맛있으니까. 뭐 비슷한 거겠지.
물론 고양이들 생식 만들어주는 일이 장점, 단점 같은 걸 나눌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도 해내기가 힘겨워지고 그 힘겨움에 대한 보상이 없는 한 결국 그 행위를 포기하게 되는데, 이전의 난 그랬던 듯 싶다.
아주 예전엔 꽤나 깊은 고뇌를 했던 적도 있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들 먹거리에 대해, 어떻게 하면 가장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자유방목 동물복지 생닭을 사서 냉동 시키지 않고 그때그때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런데 내장이랑 뼈는 어떻게 하지? 뭐 내장이랑 뼈도 생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야. 아니 그런데 너무 비싸잖아. 게다가 완전히 생으로만 주기엔(냉장으로만 주기엔), 내가 닭 농장 주인의 아들로 태어나는 게 아닌 한 여러모로 힘들겠어.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는 내 소유의 넓은 숲지대를 하나 가지고 있다면 정말 좋았겠다. 알아서 사냥해먹게. 가장 고양이답게, 가장 존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키우고 싶어.
(이런 종류의 고뇌로는 고양이 화장실 모래도 있다. 또,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장 고양이다움'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내 분수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소망들을 품으며 나는 꽤나 진지하게 고심했었다. 어떻게 해야 걸리는 부분 없이 이 녀석들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결론은,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말았어야 했다, 가 나왔다.
아무튼 사료든 생식이든 캔이든 간식이든 사람의 음식이든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어줘서 고맙다. 지금 걸리는 부분은 채소인데, 간 고기로 줄 때처럼 몽땅 섞여 있지 않고 따로 썰어져 있으면 딱히 잘 먹지 않을 거라 어찌 할까 생각 중이다. (고기, 내장, 오돌뼈 구성은 따로따로 썰어져 있어도 아주 잘 먹는다) 고구마나 단호박 같이 찌면 부드러워지는 것들 중심으로 줘볼까. 당근이나 브로콜리는 좀 뻣뻣한데 괜찮을까. 흐물흐물해져 버리는 무우 같은 건 어떨까. 아니면 채소 파우더 같은 것을 좀 구해볼까. 어차피 소량이면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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