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DIARY

내가 지금 후회하는 것

SHYGIMCHEOLSSOO 2022. 10. 11. 08:19

후회라는 감정이 무슨 느낌인지 안다. 마음이 허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어떻게 되돌릴 수도 없어서 더 심란하고 차라리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려버리게 되는 뭐 그런 거 아닌가. 그땐 잘 몰랐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 아차 싶어 더더욱 미련이 남는 것. 나도 후회라는 걸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도 됐다라는 깨달음들을 얻고 나니 그 후회들은 딱히 후회들이 아닌 게 됐다. 지금 와서 보면, 나는 후회 하는 게 그냥 없는 것 같다.
아배붑 잃어버렸을 때 구조한 새끼 고양이 '영희'가 있었다. 영희는 아배붑을 찾을 동안 혼자 남겨진 들꽃과 미아동 옥탑방에서 함께 있었다. 나는 영희를 다른 사람에게 보낸 것을 후회한다. 그냥 내가 키울걸. 그땐 몰랐다. 하지만 영희에 대해 생각하면 할 수록, 그냥 내가 키울걸, 내가 키웠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한다. 모르겠다. 그냥... 영희와의 만남이 너무 드라마틱했었기 때문일까. 사람에게 다가왔던 그 모습이... 우리 집에 있었던 짧은 기간이... 들꽃과 함께 있던 시간이... 그냥 내가 키울걸.
그때는 더 이상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내 마음이, 고양이 세 마리는 키울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지어 놓았던 상태였다. 영희는 참 특별해 보였던 고양이라서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별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영희가 번뜩 생각 나더니, 그 날 이후부터 자꾸 영희가 문득문득 내 머릿속을 침범한다.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마음이 허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어떻게 되돌릴 수도 없어서 더 심란하고 차라리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려버리게 된다. 그땐 잘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아차 싶어 더더욱 미련이 남는다. 분명 자라면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뭉치로 변해 날 스트레스 받게 했을 거야, 그냥 그 순간이 너무 드라마틱했으니까, 영희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는 것 뿐이야, 영희를 데리고 왔다면 지금의 작은 상처랑 별달해는 없었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다독여봐도 소용이 없다. 마음이 아리다. 그냥 내가 키울걸.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넌 나랑 너무 특별한 만남이었는데. 미안하다. 너무 쉽게 보내버려서. 후회해. 너를 데리고 있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