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D GAY DIARY
미아동이 생각나는 쌀쌀함
SHYGIMCHEOLSSOO
2023. 10. 15. 20:36
그 친구를 좋아해서, ‘나의 다음 행선지는 미아동’이라고 쉽게 결정 내린 후, 미아-수유 지역 부동산을 오갔던 그날 저녁이 생각난다. 날은 깜깜해져 가고 쌀쌀한 바람이 피부에 닿았던 그날. 집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딱히 맘에 드는 집이 없었다. 부동산들은 연 곳들이 꽤나 많아서 저녁 늦게까지 돌아다녔던 기억.
나는 요즘도 아주 가끔씩은 그 친구의 흔적을 찾아본다. 어느 순간부턴가 그 친구의 페북이 비공개로 전환되고 인스타그램마저 비공개로 전환되고 어쩌다 찾은 블로그에선 그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어 허탈했던 마음. 그 마저도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최근의 모습이 살짝 아주 그냥 살짝, 아주 궁금할 뿐인데.
이성애자를 사랑하면 안 된단 걸 알지만.. 아니 그 친구가 이성애자란 걸 알지만, 나는 왜 그가 이성애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까, 아직도. 정말 웃긴다. 너무 확실하게 이성애자인데 계속 이성애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습관적인 희망이 사고 안에 끼어든다.
사실 이 모든 게 습관적이다. 그냥 궁금해서 찾아보기. 그냥 궁금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기. 그 친구 때문에 미아동 일대를 돌아다녔던 그때를 문득 그립게 만든다, 이 쌀쌀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