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일요일 04:11
밤거리가 쌀쌀하다. 조금 춥다. 가을이 온 것 같다.
너무 빨리 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난 아직 여름 동안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무슨무슨 일들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어렴풋하게 맘 안에 담아두었던 일들이다. 그 안엔 고양이도 있고 북한산도 있고 꼭 만나 밥 한끼 해야할 중요한 사람들도 있고 도전해야 할 것도, 시도 해야 할 것들도… 있다. 이 여름엔 내가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 중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도, 퇴근 후 내 몸에 부딪힌 바람이나 그 냄새나.. 햇빛이나.. 뭐 그런 것들을 느낄 때에도, 난 이 여름엔, 진짜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또, 놓치고 있다. 그렇게, 이대로 여름이 간다. 간다, 가. 한심하다, 한심해.
이런 자조적인 순간 중 어쩔 때는 그 스스로의 안타까움에 감화되어 눈물이 핑돈다. 그게 가짜 눈물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얼른 그 감정을 억제 한다. 아니, 잘 모르겠다. 그게 가짜 눈물인지 뭔지. 내가 불쌍한 게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나란 사람 안엔 동심이란 게 남아 있어서 그 동심이 자꾸 날 안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불쌍한 거니까 그냥 불쌍한 사람이라고 맘 놓고 생각해도 될 것 같은데, 그거 아니라고, 그건 자기연민이라고, 넌 멋진 사람이라고, 촉촉한 히알루론산 같은 동심이, 그 메마르고 사실적인 생각의 표면을 적신다. 그 히알루론산 같은 동심 때문에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