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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브이로그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구독자수가 미세하나마 오르고 있다. 헤어진 뒤로, 영상을 올리거나 라이브만 켜면 구독자수가 또르르륵 떨어져만 갔는데 이번 브이로그에선 웬일로 구독자수가 오른다. 사실 초반에 쉰 명 가까이 되는 인원수가 한번에 빠져나가길래, 역시 아직 더 떨어져야돼, 하고 궁시렁거렸는데 지금은 그 쉰명이 다시 채워지고 조금씩 그 위로 오르는 중이다. 이탈을 유입이 상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갑다.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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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 내 유튜브 피드에,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먹는 건강식 콘텐츠들이 자꾸 뜬다. 양배추, 당근, 양파와 같은 채소와 버터, 달걀, 콩, 고기들을 이용한 음식들이 그렇다. 맛있겠다.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휴.2. 언젠가 말한 적 있지만, 우리 집 거실 창문을 열면 멀리에 맞은 편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 탑층에 사는 사람은 늘 밤 늦게까지 깨있다. 주변이 깜깜하고 조용한 가운데, 그 건물 창문이 티비 불빛에 깜빡이는 걸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왜일까. 너무 상투적인 말 같고 백퍼센트 정확한 것 같지 않아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지금 혼자만 있는 건 아니란 느낌 때문일까? 뭐 그런 비슷한 느낌? 좀 더 생각해보자. 왜인지. 3.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들꽃은 내 껌딱지가 되었다. 시시..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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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공 시 삼십 분, 브이로그 30분
편집 중인 브이로그가 30분이 넘는다. 이십 분을 안 넘어야 하는데, 하고 중얼거리는 나. 내가 고현정도 아니고 브이로그가 30분을 넘는 건 말이 안 돼. 편집은 재밌지만, 신경 쓰이고 답답할 때도 많다. 이걸 여기서 어딜 들어내지? 어떻게 이어 붙이지? bgm이나 효과음, 연출 같은 것에 의해 자주 변수도 생긴다. 무슨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고작 브이로그인데 사람들이 뭐 얼마나 관심 갖고 보겠어,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김철수니까. 예전 채널 김철수만 못한 김철수니까. 그 이후 별 달리 타이틀도 없다. 조회수 1만만 나오면 좋겠다. 그래도 아직 소망이 하나 남았는데. 그럴려면 유튜브가 잘 되어야 할 텐데.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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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김철수
그래도 좀 중요한 곳으로 갈 때,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까. 나는 지금 연기학원을 가는 중이고 내게 연기학원은 “그래도 좀 중요한” 곳이다. 지금 내 일상에선 확실하게, 사실은 유일하게 말이다. 여기 말고는 내가 가는 모든 곳 중 더 중요한 곳은 없다. 그럼에도, 그래도 좀, 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스스로 느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자 함일 것이다. 중요하니까 잘해야된다는 마음. 그런데 내가 잘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것을 좀 덜 중요한 것으로, 조금만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맘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동네 피씨방 가듯이 갖다 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영 찝찝하다. 이보다 더 좋은 태도가 있을텐데. 그게 뭘까. 나는 자꾸 잔머리를 굴리..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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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잠에서 스르르르 깼을 때, 내가 깼다는 걸 주변 고양이들에 알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어도, 곧 저벅저벅 아배붑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배붑은 내가 깬 걸 알고 다가오는 것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이제 네가, 내게 밥을 줘야 하는 시간이 머지 않았음을 말한다. 아배붑은 참을성 좋게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이고 내가 내내 자는 중에도 틈틈이 나의 안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듯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조용히 깼는데, 아배붑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 상황이 반복되자 궁금해졌다. 내가 깰 때 어떻게든 소리를 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지만,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그 반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 때 숨소리가 큰 편인데, 깰 때쯤 그 숨소리가 잦아들면서 아배붑이 알게 되는 것 같다. 자주 뒤척..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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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행복이란 걸 먼 훗날의 어렴풋한 것으로 인지하게 되어 더 이상 지금 이 장소를 (뭔가를 이루어내기 전까지는 결코)행복한 곳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살았는데, 얼마 전부턴,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이 맞지 않나, 하고 스스로를 설득 중이다. 그것이 맞는 것 같아서다. 그니까, 내가 지금 행복해야 하는 게 말이다. 내가 지금 행복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꽤 되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거지, 나는?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말을 걸다가 이런 말도 내뱉었다. 행복이란 건 다른 비슷한 단어들처럼, 더 특별히 위에 있거나 더 예쁘게 치장되어 있지 않다. 행복은 다른 것과 동등하다. 그래서 행복을 더 자주자주 발음해도 괜찮다. 행복도 그냥 평범한 거다. 그러니까, 더 자주자주 불러도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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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작은 고양이
얼굴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고등어 무늬의 길고양이다. 그 녀석은 날 알아본다. 처음엔 여러 마리의 길냥이를 거느리는 캣대디가 되어볼 목적의식 같은 게 있었으나 며칠 못가 포기했다. 녀석들과 처음으로 만난 게 새벽 세 시였고 그 다음, 또 그 다음에도 그렇게 만났기 때문에 점차 건강한 생활을 위해 삶의 방향을 수정 중이었던 내게 그들과의 지속적인 조우는 어려웠다. 게다가 츄르는 비싸다. 물론 가끔은 값싼 캔이나, 집 냉장고에서 꺼내온 동물복지 난각번호2번짜리 계란을 깨서 노른자를 종재기에 담아 먹이기도 했다. 샛노란 눈 외엔 칠흑 같이 깜깜한 색의 올블랙냥이, 흰색주황색냥이, 엄마로 보이는 삼색냥이, 그리고 고등어냥이. 녀석들은 남매가 분명해 보였다. 난 사실 달빛 같은 눈동자만 둥둥 떠다니는 ..
20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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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쿠팡이츠에서 크루아상을 이만 원어치 시켰다. 커피빼면 만사천 원어치다. 이건 내 최후의 만찬이다. 더 이상 이런 거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생일 아니면 안 먹는다. 사람이 ‘각오’하는 것만으로도 뇌 모양이 바뀐다고 그러던데 지금 내 뇌 모양 바뀐 거 맞겠지? 안 먹을 거야. 안 먹을 거라고. 그니까 오늘 맛있게 먹어야겠어. 이 크루아상 집은 최근에 발견한 집인데,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서 배달이 되는 듯하다. 지금까지 세 번 주문해봤는데 매번 따뜻하고 바삭하게 온다. 그리고 너무 맛있다. 나는 원래부터 바삭바삭한 크루아상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 맛있는 가게를 최근에서야 알았으니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건강한 삶이야말로 그 모든 걸 아득히 뛰어넘는 절대적 가치이며 나는..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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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아이폰 건강앱 알림이 떠서 봤더니 걷기+달리기 거리가 5주째 증가 추세다. 이 데이터를 보니 애플워치를 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무거워 죽겠는데(아이폰13미니가? 정확하게는 거치적거려서 들고 나가기가 좀 그렇다) 애플워치 울트라 셀룰러 모델로 하나 딱 사가지고 차가지고 달리면 좋겠다. 애플뮤직도 된다던데 워치랑 에어팟만 있으면 딱일 것 같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쓸 데 없이(정말?) 한 눈을 파는 이러한 나의 사고회로는 물론 내 경제적인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난 왜 이럴까. 바보 같다. 하여튼간 벌써 등산 or 달리기를 한 지 한달이 넘었다. 작은 것 하나를 시작 했을 때 그게 점점 커지고 분화 되고 또 다른 무언가를 상쇄하고 그런 과정 안에 요즘 내가 있다.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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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
어젯밤 나는 컴퓨터 앞에서 기분이 좋았다. 이미 아배붑이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있었는데, 들꽃까지 합세했기 때문이다. 무릎 위에 고양이 두 마리는 한 마리보다 조금 더 기분이 좋다. 두 마리라서, 두 마리만큼 더 오랫동안 편안히 있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두 녀석이 한 번에 무릎 위로 올라온 건 꽤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다. 반가움을 넘어 고마웠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 때의 이점 리스트를 인터넷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지금 그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들꽃의 표정을 보며 그리고 그 얼굴을 쓰다듬으며 했다. 작은 상처는 키보드 위에 착석해 나를 올려다 본다. 뭔가 항의할 것이 있을 때, 보다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행세하는 아배붑에 비해, 나를 올려다보고 웅얼거리는 정도로 그치는 ..
2024.10.03